“그림 그냥 보는 것, 그림을 두려워마라” - 청춘 메거진...드림에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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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09월29일 04시20분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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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숙명 잇는 문홍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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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귀한 밤을 줍는다고 산속을 뛰어다니다 새로 산 추석빔을 입고 날아갈 듯 기분 좋게 문 밖을 나서면 마을 앞 정자나무 사이로 커다란 달 아래에서 젊은 처녀들이 즐겁게 그네를 타고……,

한없이 곱디고운 미소와 웃음소리에 설레임 가득안고 추석 가을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동네 어르신 댁을 찾아다니며 인사하며 밤늦도록 흘러넘쳤던 웃음이 살아있던 우리네 고향산천, 마음 속 한 폭의 그림들이 풍경처럼 늘 살아 숨 쉬는 문홍규 작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예술작품에 비해 그림을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음악처럼 자기 취향에 따라 듣고 때론 춤추며 즐기면 되는 데 유독 평론가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그림이에요.”

32년 동안 한결같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문 작가. 그는 마음 속 가득 깊은 한국적 정서를 쏟아내는 화가이다. 경남 김해가 고향인 그가 초등학교 4학년 때 미술시간에 처음 스케치한 시냇가 모습에 미술선생님은 깜짝 놀라했다.
 

“그림은 그냥 봐주는 거예요. 늘 곁에 있던 어린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떠 올리듯 그렇게 편하게 볼 때 우리나라 국민들의 안목도 높아지게 됩니다.”
 

그가 고향 시골 집 회벽에 파란분필과 흰 분필로 그린 바다를 향하는 배 그림은 부모님이 두고두고 아끼고 칭찬하는 빛바랜 추억의 명작이 됐다.
 

"언덕 전체가 잔디였던 곳에서 매일 친구들과 썰매를 타고 놀았습니다. 뒷동산 꽃뫼등과 봉황산은 봄이 오면 진달래가 활짝 피었고 한 여름날에는 큰 바위 사이로 흐르는 시냇가에서 물놀이를 하면 뛰어놀았습니다. 저체온으로 추워지면 주위 뜨거운 바위에 올라 몸을 덥히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며 하루 종일 산과 들, 시냇가에서 보냈습니다.“
 

순수한 유년시절의 기억은 문 작가의 작품세계에서 새롭게 창조되어 새, 물고기, 동물, 꽃 등으로 살아난다.



 

얼마 전 발표된 작품 <황토밭 어릴 때 추억>에서는 시골 황토밭에서 뒹굴면서 자치기, 연날리기, 스케이트 타기, 밤하늘의 별들, 새 울고 꽃피는 뒷 산길, 하늘을 날던 천사, 여름밤의 옛이야기 등 말랑말랑한 문 작가의 유년시절 감성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예전 종이와 붓, 그리고 먹으로만 그렸던 전통 한국화로는 표현의 깊이를 작가마음대로 누릴 수 없었어요. 붉은 태양을 그리고 싶은데 그릴 방법이 없잖아요. 그래서 서양기법을 조합하게 되고 저는 저만의 방법으로 한지로 만든 죽을 이용해서 석채나 문양을 넣어 깊이 있는 한국적 미감을 살릴 수 있게 했습니다.”
 

문 작가는 한국화의 뿌리로 한지를 살린 한지죽 기법으로 작품의 수명도 늘리고 표현 질감도 높이며 그림의 미적 깊이도 더했다.
 

“최근 세계 그림 경매시장을 주도하는 곳이 중국입니다. 피카소 작품을 능가하는 그림들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사회주의 중국이 먹는 것과 자는 것을 어느 정도 해결해 주니 돈도 싫고 명예도 싫다는 젊은 예술가들이 산 속에 들어가 작품에만 모든 정열을 불태우다 보니 어마어마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심지어 국보 1호도 중국은 그림으로 둘 정도로 중국 화가들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과 프랑스가 국전에서 입상한 화가들에게 순수한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과 달리 한국은 그냥 상만 준다. 한마디로 그림 그리는 것은 너무나 배고픈 직업이다. 
 

“제 작업실이 있는 양평으로 젊은 부부화가가 원대한 꿈을 안고 신혼집을 차렸어요. 기특하기도 하고 그림에 얼마나 집중할 지도 관심이 갖죠. 하지만 얼마 못 버티고 다시 떠나버렸습니다. 막상 그림 그리려고 내려와도 화가로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골주민이 되어버리고 먹고사는 일거리를 찾다보니 그림 그리는 것은 뒷전이 되고 마는 게 현실입니다.”

 
문 작가는 대한민국한국화대전 대상, 구상전 특선 2회에 우수상 1회를 받은 실력자이다. 남들은 한 번도 어렵다는 국전이지만 자랑스럽다가도 대한민국의 현실을 생각하다 보면 괜히 울컥해진다.
 

“30년이 넘게 매일 새벽 두 세 시에 일어나 붓을 듭니다. 하루 중 오전에 대부분 작업을 끝내고 오후에는 사람도 만나죠. 대한민국에서 저만큼 오랫동안 붓을 잡고 그림에 집중하는 사람도 없을 거예요.”
 

부지런한 문 작가는 알고 보니 군 장교 출신의 화가였다. 어려운 군 생활 속에서도 절대 붓은 놓지 않았다. 16년 동안 이동해서 머무는 지역마다 동네 화가들을 찾아 어깨너머로 그림에 대한 공부와 열의를 불태웠다.



 

정형화 되지 않은 그만의 짙은 한국적 모티브에는 아름다운 청춘의 로맨티스트적인 향기가 쓰려 있다.
 

문 작가는 오늘도 추억에 잠긴다. 어린 시절 밤에 모닥불을 피우고 하루 일을 마친 동네 삼촌들이 평상 마루에 앉아 들려주던 귀신이야기, 밤늦게 잠자리에 누워 들판의 바람소리를 들으며 무한 상상을 펼치던 그 때를 그리워한다.
 

“앞으로 절대적인 고독의 시간을 통해 오로지 작품에만 모든 것을 쏟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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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dreamecho@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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